“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너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성공한다.”

 미국에서 부동산 개발·투자·컨설팅으로 자수성가한 홍성은(62) 미국 레이니어그룹 회장은 이렇게 조언한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해외동포 사업가들의 모임인 세계한상대회 창설자인 홍 회장은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열린 ‘제9차 세계한상대회’에서 대회장을 맡았다. 또 미주 상공인 총연합회 명예회장, 미주 지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한국품앗이운동본부 회장을 맡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언제 미국으로 갔나.

 “충북 청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자원해 베트남 파병 군인으로 근무했다. 지금은 살기 좋아져 취업난을 걱정하지만 그때는 사회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나는 시골에서 컸기 때문에 누구에게 기대거나 의지할 형편도 못됐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제대 후에도 한국은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불확실하고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서 1970년대 중반 미국으로 갔다. 다행히 베트남에서 근무할 때 미군들과 친하게 지내 생활영어는 좀 하는 편이었다.”

●미국에서는 처음에 무엇을 했나.

 “남들처럼 햄버거도 굽고 은행 등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돈을 모았다. 그러다 88년에 처음 부동산 투자·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남들과는 다른 분야를 택했다. 망한 호텔 등을 인수해 회생시킨 뒤 되파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보니까 한국 사람들은 안 돼도 끝까지 매달리는 반면 미국인들은 안 되면 은행에 떠맡기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은행은 부실 부동산을 떠안으면 관리비, 세금, 직원 임금 등을 모두 책임져야 하니 과감히 손실로 처리한다. 이런 부동산을 값싸게 인수해 되살리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처음부터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았다.”

●처음 한 사업은 무엇인가.

 “한 은행으로부터 버몬트에 있는 ‘퀄러티 인’이란 호텔 체인점 관리를 부탁받았다. 부근에 해군 기지가 있었다. 그래서 미 해군성과 호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방값은 싸게 받았지만 손님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어졌다. 관리를 잘해 회생시키니까 은행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싸게 호텔을 인수했다. 방이 151개였는데 방 하나당 5000달러씩 준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방 1개당 가격이 4만 달러를 넘는다.”

●부실 부동산을 인수해 되파는 사업은 위험이 크지 않나.

 “사실 그렇다. 그래서 나는 파트너 없이 혼자서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같이 하자고 권할 수 없다. 그러나 모두 안 된다고 해서 나까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10개의 부실 부동산이 있다고 하면 모두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그중 하나만 살리면 된다. 지금까지 힐튼, 베스트웨스턴, 홀리데이 인 호텔 등 10개 가까이 인수했는데 실패한 적은 없다.”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은행 등에서 인수나 관리 제안을 받으면 철저하게 마케팅 조사를 하고, 직원들의 의식을 바꾼다. 그래서 내가 직접 오너들을 위한 경영수업들을 찾아 다니면서 배웠다. 힐튼 호텔이 망한 이유를 찾아보니까 서비스가 나쁘고 손님을 잘 보살피지 못한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호텔 앞에 ‘Just like my home’(내 집처럼)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써 붙였다. 손님이 내 집처럼 편하게 느끼는 호텔이란 이미지를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비스를 강화했다. 서비스의 기본은 ‘친절, 청결, 편안함’이다. 몇 년 전 힐튼 호텔이 전 세계에 내보낸 방송 광고에 ‘흑인 한 명이 호텔 방에 들어와서 가방을 침대에 던진 후에 침대 위로 벌렁 눕는 장면’이 나왔다. 그때 배경 음악과 함께 내가 만든 용어인 ‘Just like my home’이 흘러나왔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사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미국은 작은 질서를 지키고 나눔과 배려가 발달한 나라다. 장점이 많다. 반면 보이지 않는 단점도 많다. 아직도 미국 사회에는 외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이 있다. 미국의 유명한 배우 웨인 뉴턴이 갖고 있다 파산한 뉴욕 인근의 타미먼트 리조트 350만 평을 개발할 때는 주변 백인들이 호텔 벽에 ‘홍은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는 글을 써놓는 등 갈등도 겪었다. 동양인이 백인사회에서 큰 개발을 한다는 것이 질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화를 내거나 기 죽지 않았다. 어려움에 부닥친다고 주저앉으면 얼치기가 된다.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한국에선 취업난 등으로 자살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 와서 보니 젊은이들이 너무 쉽게 좌절한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답이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무엇이든 자신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다림을 배워야 한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기다림은 도를 닦는 것과 같다.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수없이 보내야 한다. 88~95년 매년 고향인 청주의 학생 8~12명이 미국의 우리 호텔에서 인턴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 내가 한 첫마디는 ‘이제는 너 혼자 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곤 ‘언어, 문화가 다른 나라에선 누구도 너를 도와줄 수 없다. 스스로 답을 찾아라. 이를 위해선 영어를 열심히 하고, 미국의 장점과 단점을 빨리 파악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조국이 그동안 내적인 성장보다는 외적 성장에 너무 치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국은 주변과 비교하는 문화가 너무 발달해 문제다. 미국 맨해튼에선 한여름에 겨울코트를 입고 다녀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선 모두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어야 해 불편하다. 그리고 한국에선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그래서 젊은 층이 사회, 가족,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소외된다. 한국 사회가 내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돈 있는 사람, 성공한 사람들이 사회에 문을 열어야 한다.”

●재산이 어느 정도인가.

 “요즘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너무 침체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 그래도 빚을 지지 않는 경영을 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또 힐튼, 홀리데이 인 등의 지분을 일부 갖고 있고 2개 금융기관의 주주이기도 하다.”

출처: 중앙일보 오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