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패션을 풀다 [코치]의 1등 코치

Coach부활시킨 CEO 류 프랭크포트

코치(Coach)의 마법사, 그의 초고속 질주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류 프랭크포트(Lew Frankfort·61) 코치 그룹 CEO에게 미국 패션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고급 핸드백과 액세서리 제조 회사인 코치는 20세기 말 쇠락의 길을 걸었으나, 화려하게 부활하며 21세기 아메리칸 고급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루이 뷔통(Louis Vuitton), 에르메스(Hermes), 프라다(Prada), 구치(Gucci) 등 유럽 회사들이 할거하는 세계 명품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0년 기업공개 이후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매출은 6배 커졌고, 주가는 9배가 뛰었다. 최근 1년간 매출은 24억 달러. 순이익 6억 달러에 판매신장률 28%였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는 최근 세계산업을 선도하는 50개 기업 가운데 코치를 2위로 선정했다. 10년 전(前) 창업자인 마일즈 칸 회장이 사라 리에 회사를 팔 때만 해도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결과다.

화려한 부활극의 주인공은 단연 CEO 프랭크포트다.
1996 년 CEO로 발탁된 그는 혁신을 지휘했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주주들은 아낌없는 보수로 화답했다. 포브스는 2000~2005년 연봉·스톡옵션을 합한 그의 수입을 1억5400만 달러(한화 1460억원)로 추정했다. 2005년 한 해에만 5400만 달러(513억원)를 벌었다. 그는 뉴욕 맨해튼 34번가에 있는 그룹 본사 회장실과 뉴저지 교외의 100년 된 저택을 오가며 성공을 즐기고 있다. 주말이면 햄프턴 근교 별장에서 16만 달러짜리 애마(愛馬) 애스턴 마틴을 직접 몬다.

하지만 그의 출신은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뉴욕에서 경찰관 아들로 태어난 그는 네 살 때까지 말더듬이였다. 헌터 대학과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프랭크포트는 월스트리트의 한 투자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돌연 뉴욕 시청 근무를 자원해 9년간 아동복지 관련 부서에서 일했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공무원이던 그가 패션산업에 진출한 계기는 1979년, 뉴욕 시장의 소개 덕분이다. 뉴욕 시청에서 숫자의 귀재로 이름을 날리던 그를 에드워드 코크 시장이 마일즈 칸 회장에게 추천했고, 즉각 신사업 담당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그의 진가는 CEO가 되면서 더 빛을 발했다. 그는 토미 힐피거의 잘 나가는 디자이너 리드 크래코프(Reed Krakoff·43)를 스카우트했다. 랄프 로렌의 수제 양복 애호가인 프랭크포트와 예술성 넘치는 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크래코프 듀오는 이성(logic)과 마술(magic)의 이상적 결합이라 불리며 성공신화를 써내려 간다.

그 는 숫자·통계 중심의 합리적 경영으로 유명하다. 매주 30명의 경영진들은 회의 시작 직전 각종 경영지표를 알리는 음성 메일을 받는다. 회사 주가가 신기록을 갈아치울 때마다 전 직원에겐 이를 알리는 이메일이 발송된다. 코치는 매년 200만 달러를 들여 고객 1만 명과 파일럿 시장을 상대로 구매결정 요인을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멋쟁이 주부들이 핸드백을 사기 위해 쓸 각오를 하고 있는 액수가 평균 328달러라는 사실을 알아 냈고, 그 가격대의 고급 핸드백을 출시해 빅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패션계의 통설은 298달러였다. 합리적 가격으로 접근 가능한 명품(affordable luxury)이란 브랜드 이미지는 이렇게 구축됐다. 한편으론 가죽을 고집하던 소재에 패브릭을 채택, 원가를 낮추고 생산라인도 16개국으로 다변화했다. 크래코프는 화려한 색상, 도회적이며 세련된 디자인을 콘셉트로 중·상류층 주부, 전문직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아메리칸 디자인 클래식 이미지를 담은 신상품을 잇따라 개발했다. 프랭크포트는 올해도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에 차있다.

하지만 회의론도 있다. 1990년대의 갭·토미 힐피거 같은 미국 브랜드가 할인점 시장에 진출하면서 명품 이미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코치도 외형 확장에 힘쓰다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코치는 작년 할인점 이익은 33% 늘린 반면, 소매점 부문 이익은 20% 늘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뉴욕의 소매 컨설턴트인 패트리샤 파오는 코치의 외연 확장은 철저한 시장분석과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는지 알고 있다며 비관론을 반박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