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빵 먹던 소년, 빵의 帝王됐다

러시아 한인 3세 류보미르 장 차별 딛고 제빵그룹 회장 올라

어 릴 때 빵 한번 실컷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을 만큼 가난하게 자라난 러시아의 한인 3세가 빵 제조업에 뛰어들어 제빵제분 관련 공장 4개를 소유한 빵의 제왕(帝王)이 됐다. 니즈니노브고로드시(市) 인근에 3개 제분회사와 1개 제빵회사를 운영 중인 린덱스그룹의 류보미르 장(44) 회장이 성공의 주인공. 지금 그가 소유한 4개 회사에서는 3000여명이 일하고 있으며, 장 회장은 이 지역 밀가루 공급의 96%를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400만 인구를 먹여살리는 식량 공급자가 됐다.

그는2003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러시아 유일의 한인 하원의원도 됐다. 장 의원은 빵의 소중함을 모르는 자는 인생을 모른다며 바닥인생을 딛고 이뤄낸 성공신화의 밑바탕엔 배고픔과 빵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자리잡고 있음을 밝혔다.

제가 걸어온 인생길은 너무도 고달팠어요. 살면서 힘들 때마다 가장 아팠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겨냅니다. 장 의원은 고려인(러시아 거주 한인)으로서 당해야 했던 고통 속에서 성공을 일궈냈다. 그의 집안은 조부(祖父)가 연해주에 첫 정착한 뒤 큰 부자가 됐지만,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장 의원은 집안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인 1959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9남매 중 8번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엔 빵 한번 배불리 못 먹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는 카잔대학에서 엔지니어 과정을 마친
뒤 1981년 러시아 3대 산업도시의 하나로 꼽히는 니즈니노브고로드시에 정착하며 부와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 그는 처음엔 양파재배도 했고 택시기사, 심지어 거리의 악사가 되기도 했다. 새사업이라도 벌이려 하면 그때마다 고려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때문에 성공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어느 날 병원에 입원했을 때 무심코 빵을 본 순간 바로 저거다라는 생각이 떠올라 빵공장을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하나씩 하나씩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성공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제분공장의 리모델링을 위해 2000만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며, 한국인들의 투자를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1998년 주의원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정계에도 뛰어든 그는 2003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공천으로 하원의원에도 당선돼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구 200만명의 도시에 한인이 1000여명 밖에 살고 있지 않은 곳에서 한인 3세가 당선됐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현재 장 의원은 하원 농업위원회 부위원장. 그는 앞으로 외교위에서 활약하면서 남·북한을 오가며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를 희망한다면서 러시아 정계를 대표하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오는 7월에는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