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창완 알자여행대표     ©주간무역
아마 10년 전 쯤인 것 같다. 혼자 허난을 여행하던 중에 갑자기 함곡관(函谷關)에 가보고 싶어졌다. 함곡관은 바로 노자가 도덕경을 쓴 곳이다. 시안과 정저우의 중간쯤에 있는 링바오(靈寶)역에 내려 혼자 택시를 타고 함곡관을 찾아갔다. 물론 함곡관은 노자와의 인연 말고도 유명한 사건이 있는 장소다. 바로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고사가 나온 곳이다. 고도 장안과 시안의 중간에 위치한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인데, 이곳은 ‘장부 하나가 관을 막으면 만명이 와도 깰 수 없다’(一夫??,万夫莫?)는 말의 연원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의 문을 속여서 연 인물이 그 유명한 맹상군이다. 제나라의 귀족인 맹상군은 평소에 다양한 인재를 아꼈는데, 진나라에 초대를 받고 갔다가 그를 시기하여 죽이려는 음모를 피하여 고국으로 돌아가다가 함곡관에 다다랐다. 뒤에서 그를 죽이려는 이들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문을 열어야 하는데 문을 여는 것은 아침 닭이 울 때 였다. 마침 그를 따르던 이들 가운데 닭소리를 잘 내는 이가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 목숨을 구했다는 고사다. 지금은 위기를 피하려는 잔꾀를 말하지만 어떻든 인재를 아끼는 이들의 귀감이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함곡관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가장 큰 계기는 바로 이곳에서 노자가 도덕경을 썼다고 알려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도올 김용옥의 강연 등을 계기로 도덕경이 다양하게 알려졌지만 도덕경은 중국 고대 사상 가운데 가장 큰 줄기에 있는 도가에서 가장 근본을 이루는 책이다.

중국의 도교나 도가에 대해서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참 힘들다. 유가나 유교는 공자에서 시작되어 맹자나 주자, 정자 등을 거치면서 계보가 있고, 불교는 외래 종교이니 만큼 전파의 흐름이 있다. 하지만 도가의 경우 그 사상을 노장을 중심으로 둘 것인지, 오악으로 대표되는 사원으로 둘 것인지 너무 복잡하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인들의 기저에 있는 가장 큰 종교는 도교다. 불교를 믿는 이들도 많지만 성황묘나 관제묘 등 많은 사원들은 도교 사원에 가깝다. 불교가 말 그대로 높은 사상이라면 도교는 그들의 옆에서 존재하는 사상이다.

그런데 도교는 '문화의 멜팅팟(용광로)'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사상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일단 함곡관에 들어서서 구경하다 보면 중심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태초궁(太初宮)에 닿는다. 그곳에 들어가보면 도교의 사상적 영역을 알 수 있다. 이 궁은 노자와의 인연답게 노자가 중심에 앉아있고 주변에는 역사상 유명한 성인들이 다 배치되어 있다. 부처님은 물론이고 공자, 맹자 등도 있다. 필자의 기억이 그르지 않다면 예수님도 그곳에 있었다. 즉, 도교는 그들의 사상을 세운 노자, 장자, 갈홍은 물론이고 세상에 귀감이 될 수 있는 모든 사상의 스승들을 통합하는 사상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도교는 지역이나 인물에 따라 모시는 이들이 천차만별하다. 도교의 명산인 5악인 동쪽의 타이산(泰山:山東省), 서쪽의 화산(華山:陝西省) 남쪽의 헝산(衡山:湖南省), 북쪽의 헝산(恒山:河北省), 중부의 쑹산(嵩山:河南省)은 각기 모시는 신들이 있다. 오악에서도 가장 앞선다는 태산의 경우 벽하대신을 모시는데, 상봉인 옥황정 아래에 있는 벽하사가 있어 신을 모신다.

또 중국 동남 해안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대만이나 우리나라 지리산에도 영향을 준 마조를 모시는 천후궁(天后宮)도 가장 보편적인 도교사원이다. 그밖에도 삼국지의 영웅 관우를 모시는 관제묘도 중국인들의 전형적인 도교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명확한 중심인물이 있는 기독교나 불교, 이슬람교와는 많은 차별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상이야 말로 가장 중국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동아시아에서 종교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한중일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수많은 사상들이 들어왔지만 그들의 전통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신도가 중심을 이루고 불교 정도만이 약간 자리를 잡았다. 반면에 한국은 외래사상이 들어오면 교조적이라 할 만큼 그 사상을 몰두하다가 새로운 사상에 그 자리를 넘기곤 했다. 삼국시대와 고려까지 장악한 불교가 그렇고, 이후에는 유교가 중심이 됐으며 근대에는 기독교가 정착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사상이 들어오면 중국화시킨 후에 받아들이거나 도교라고 하는 거대한 범주의 종교에 포함시켰다. 미국이 인종의 멜팅팟이라면 중국은 사상의 멜팅팟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그 이유다. 불교 역시 중국식 불교인 선불교나 라마불교로 바뀌어서 중국에 자리했다. 중국은 기독교 역시 그런 방식으로 받아들이려 했지만 전례 문제 등이 일어나고, 서구의 침략적 행태가 동행하면서 부정적으로 변모했다.

이렇듯이 사상의 멜팅팟적인 습성을 가장 잘 간직한 종교가 도교다. 이런 도교 문화는 사실 중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이 남아있는데 많은 사찰에 있는 산신각이나 칠성각 등도 도교적 특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제목을 '도교를 알면' 이라고 달았지만 사실 도교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자체는 쉽지 않다. 다만 도교가 크게는 개인과 가족의 복을 기원하는 기복신앙이 중심이고, 현지에 맞는 신들을 높게 받들어서 모신다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혹시 가본 적이 없는 이라면, 함곡관의 또다른 중심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성문에 가서 과연 얼마나 요새인가를 보고 싶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알카트라즈 같은 웅장한 면모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함곡관의 성문은 지극히 평범하다. 절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성이다. 상대적으로 수호지의 배경인 양산박은 사면이 절벽이라 천하의 요새라고 느껴지지만 함곡관의 경우 지극히 평범한 성으로 보인다. 천하의 요새를 보고 싶은 이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