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2011.02.28 01:05

관리자 조회 수:1438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결정하기 힘든 문제 부딪힐 땐 집안어른들이라면… 시뮬레이션해보죠”
막노동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경영수업 ‘아이파크’ 성공으로 이어져
“수학 전공한 아내는 아이들 수학 책임지고, 문과 출신인 저는 토론식 교육하죠”

67835_clip_image001.jpg

정몽규(鄭夢奎)
1962
서울 출생
1980
서울 용산고 졸업
1985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8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 정치학과 졸업, 현대자동차 입사
1990
현대자동차 이사
1993
현대자동차 부사장
1996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회장
1998
현대자동차ㆍ기아자동차 대표이사 부회장
1999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


정몽규 회장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범현대 계열’ 경영인이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정 회장의 아버지다. 정 회장은 정세영 전 회장의 외아들이다. 그는 1988년 현대자동차에 대리로 입사,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대표이사 부회장이던 1998년까지 자동차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듬해인 1999년 부친인 정세영 당시 현대자동차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일터를 옮겼고, 그 해 8월 현대산업개발을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자동차 쪽에 몸담은 경력은 만 11년. 건설 쪽으로 옮겨온 지 올해로 9년째가 된다. “2~3년만 있으면 두 경력이 거의 비슷해지네요. 저야 현대자동차에서 좋은 경험 많이 했으니까. 무엇보다 현상을 넓게 보는 법을 배웠고 그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건설 일이야 경기가 좋으면 재미있고 경기가 나빠지면 힘들고 그렇죠. (웃음) 지금은, 글쎄요. 한창 좋았다가 약간 주춤하는 시기죠. 조심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67895_clip_image001.jpg

지금이야 현대산업개발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건설사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만 해도 회사 사정은 일촉즉발이었다. 2001년에는 현금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7년 이상 공들여 만든 국내 최대 인텔리전트 빌딩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를 미국계 투자전문회사 론스타에 매각하는 등 크고 작은 시련도 겪었다. “당시 회사 매출이 2조원을 조금 웃돌았는데 차입금이 2조7000억원 선이었어요. 굉장히 어려웠죠. 강남파이낸스센터 매각을 비롯한 자구 노력 끝에 겨우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다행히 그 다음부터는 경기가 좋아져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3~4년쯤 고생한 것 같아요.”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지 않았냐고 했더니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위 분들이나 주식시장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에요. 고마운 일이죠. 그런데 제 생각으론 앞으로 3~4년 후쯤이면 저희 회사의 가치가 더 높아질 거라고 봅니다. 일단 ‘아이파크’를 론칭한 지 올해로 7년째인데 10년쯤 되면 소비자에게 더욱 확실히 자리매김하겠지요. 또 현재 추진 중인 ‘부산 해운대구 우동 프로젝트’ 같은 대형 사업도 그때쯤이면 윤곽이 드러날 거예요. 저희 회사로서는 그때가 하나의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정몽규 회장에게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는 여러 모로 각별하다. 회장 취임 후 그가 가장 추진력 있게 밀어붙인 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이파크’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2001년 3월. ‘튼튼하고 믿을 수 있지만 낡은 브랜드’라는 느낌이 강했던 현대아파트를 과감히 버리고 새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은 ‘(단순 생활공간이 아닌)문화를 창출하는 새로운 주거공간으로서의 아파트 창조’와 ‘현대그룹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강남 한복판 금싸라기땅 3만3058m2(1만 평)를 ‘건평 10%-녹지 90%’로 채운 삼성동 아이파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소비자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조차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반응이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 회장은 자신만만했다. ‘좋은 아파트는 내부를 얼마나 고급스럽게 꾸몄느냐보다 주변환경이 얼마나 편리하고 쾌적하게, 인간친화적으로 설계됐느냐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분양을 시작한 이래 이제껏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8월 24일 현재 삼성동 아이파크 241.34㎡(73평형)의 평균 매매가는 42억원. 평당 가격이 약 5753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삼성동 아이파크의 인기는 앞으로 10년 이상 갈 겁니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갈 수도 있겠죠. 부동산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요.”

현대산업개발을 이끌며 정몽규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철학은 크게 두 가지다. 정도(正道)경영과 주주중심경영이 그것. “제 경영 스타일 대부분은 선친과 집안 어른들을 통해 배운 겁니다. 선친께서는 제가 어릴 때부터 ‘사람은 무조건 근면하고 성실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자라 어른이 되니 한 가지 조항을 더 붙이시더군요. ‘사람은 무조건 근면하고 성실해야 하고, 그 결과도 좋아야 한다’고요. (웃음)”

정 회장은 선친의 뜻을 받들어 대학생 때부터 현대자동차에서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며 밑바닥 일을 배웠고 유학 시절에도 빠듯한 용돈을 쪼개 쓰며 검소하게 공부했다”고 귀띔했다.
정 회장의 프로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학원 이력. 그는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3세 경영인이 대부분 ‘국내 대학 졸업-미국 대학 MBA 취득’의 절차를 밟는 것에 비추어볼 때 상당히 독특한 행보다. “선친께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셨어요. 그 영향도 있겠지요. 또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으니 대학원에서는 좀 다른 분야, 넓은 분야의 책을 읽고 싶었어요. 어차피 정치와 경제, 문화는 다 연결돼 있고 경영이라고 해서 숫자만 들여다보는 건 아니니까요. 현대자동차에 있을 때 카 디자이너 한 분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 분이 그러더군요. 자기는 자동차 잡지를 안 본다고. 대신 동물도감이나 패션 화보, 리빙 잡지 같은 걸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요. 경영을 하는 제가 정치를 공부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죠. 실제로 경영 활동에 도움이 되는 점도 있고요.”
한두 명의 학생을 앞에 놓고 토론 형태로 강의를 진행하던 옥스퍼드의 ‘생산적이진 않지만 세밀한’ 교육 방식도 영어에 서툰 외지인이던 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현재 그의 장남(정준선)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국 이튼칼리지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튼칼리지는 찰스 황태자, 토니 블레어 총리 등을 배출했고 각국의 왕실 자제들이 수학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영국 최고의 명문사립학교.

그에게는 아들만 셋 있다. “어떤 가장이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던 그는 사실 아이들에게 꽤 자상한 아버지다. 유학 중인 장남과는 이메일과 전화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고 나머지 두 아이와는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려 노력한다. “제가 혼자 커서 그런지 세 녀석을 똑같은 코스로 키우기보다는 각자의 소질을 개발시켜 제 분야를 찾아가게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셋 다 다르게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수학과를 나온 아내가 아이들의 수학 공부를 책임지고 문과 출신인 나는 식탁에서 신문에 나온 이슈를 정해 ‘이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곤 한다”고 했다.

그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테니스와 스키에서부터 승마, MTB(산악자전거), 수상스키, 스노보드 등 가리는 종목도 없다. 한때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을 즐겼을 정도로 활동량이 많고 격한 운동을 즐긴다. 시간이 여의치 않은 요즘 그가 애용하는 운동법은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한강시민공원 달리기. “집이 삼성동이어서 한강시민공원이 가깝거든요. 굉장히 좋은 환경인데 좀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운동했으면 좋겠어요.” 스포츠에 대한 그의 애정은 프로축구팀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 활동에서도 묻어난다.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지만요. 축구나 농구, 야구 같은 스포츠는 어느 한 선수에게 관심을 갖고 그 선수의 기록을 자세히 알기 시작하면 정말 재미있어요.”

그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취미생활의 즐거움을 강조하며 이른바 ‘네트워킹’에 시간을 허비하는 이들이 많은 점을 아쉬워했다. “인간관계라는 게 들이는 시간만큼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거든요. 인간관계에 집착할 시간을 조금만 덜어 축구든 음악감상이든 사진이든 낚시든 자기계발에 썼으면 좋겠어요. 문화나 스포츠의 순수 팬이 많아지면 기업 후원에 무조건 의존하는 예술계나 스포츠계의 관행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67956_clip_image001.jpg
  

  

혼자 결정하기 힘든 까다로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는 혼자, 오래, 깊이 생각하는 방법을 택한다. “아무래도 훌륭하신 집안 어른들이 많으니까 ‘이럴 때 그 분들은 어떻게 했을까?’ 하고 시뮬레이션해봅니다. 내가 고민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사람을 떠올린 후 ‘그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기도 하죠. 그렇게 했더니 다행히 이제까지는 큰 착오가 없었어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란 ‘시대와 관계없이 유지되는 틀은 지키되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한 안테나를 바짝 세우는 사람’이다. “사회가 늘 변하듯 좋은 리더도 한 가지 모습은 아니겠죠.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모두 인정하고 양자 간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 남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현대산업개발

30년 아파트 건설의 강자… SOC·복합단지 등 사업다각화

한국도시개발과 한라건설이 모태가 된 현대산업개발은 작년에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재계에서는 정세영ㆍ정몽규 부자가 경영 일선에 나선 1999년 이후를 ‘현대산업개발의 제2 도약기’로 보고 있다. 특히 정몽규 회장은 취임 직후 본사 및 150여곳의 전국 건설현장을 일일이 돌며 철저한 재고관리와 원가분석 등 제조업 마인드를 건설업에 접목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사내에 지식경영시스템(KPS),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등을 구축해 건설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 회장의 경영 혁신은 실적 호전으로 나타났다. 1999년 2조812억원과 799억원에 불과하던 현대산업개발의 매출과 순이익은 2006년 2조5033억원과 289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정 회장 취임 전 1만1000원대였던 주가는 8월 29일 종가 기준 8만1000원으로 7배 이상 뛰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주택, 특히 아파트 건설부문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 30여년간 이 회사가 지은 주택만 33만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 취임 이후 현대산업개발의 포트폴리오는 비주택부문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강남파이낸스센터ㆍ대전월드컵경기장ㆍ파크하얏트서울ㆍ용산민자역사ㆍ아이파크타워 등이 그 예다. 신대구~부산 간 고속도로,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를 비롯한 SOC 민간투자사업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정몽규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이른바 ‘디자인 경영’이다. 그는 건축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특히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내에 100여명에 이르는 디자인 연구인력을 배치하고 크고 작은 관련 회의를 주재하며 가끔은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본인 말을 빌리자면 사내 디자인 업무에서 그의 역할은 ‘수석주방장’이다.

“주 방장이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다듬고 데치는 건 아니죠. 만들어진 음식의 간을 보고 소금 더 넣어라, 접시 뜨겁게 해라 이런 걸 지시하는 정도 아닐까요? 제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시절부터 익힌 그의 디자인 감각은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주위 평가다. 그는 “디자인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해보고 싶다”며 자청해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원(IDAS) 디자인혁신 전략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당면한 최대 사업은 부산 해운대 신도시에 건설될 초고층 복합단지 ‘해운대 우동 프로젝트(가칭)’.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아이파크타워를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대니얼 리베스킨트를 참여시켜 해운대의 파도, 부산의 상징인 동백꽃, 바다 위 돛단배 등이 어우러진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도심 한복판에 해안이 그렇게 가까이 자리잡은 도시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KTX가 추가로 완공되면 서울과의 접근성도 크게 향상돼 향후 부산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게 정 회장의 분석이다.

‘해외사업부문이 없고 주택건설 비중이 너무 높다.’ 최근 한 증권사가 발표한 현대산업개발 종목 리포트의 일부다. 정몽규 회장의 반응이 궁금했다.

“제 가 처음 여기 왔을 때는 건설 부문이 100%였어요. 지금은 80%로 줄었죠. 용산 아이파크몰과 파크하얏트서울 운영, 영창악기 인수 등 20% 정도는 건설업과 사이클을 달리하는 업종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셈이에요. 앞으로는 이 비율을 30~40%까지 늘릴 겁니다.”

해외사업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느긋하다. “한때 해외펀드 붐이 일어 중국펀드다, 인도펀드다, 남미펀드다 했는데 결과적으로 제일 실적 높았던 펀드는 우리나라 펀드였죠. 우리가 아는 데서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플랜트 쪽이라면 모를까, 나머지 부분에서 우리나라 건설이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아직 확신이 안 섭니다.”

올 4분기 그는 다른 어떤 것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생각이다. “경기 흐름이 올 초부터 조금씩 하향곡선을 타고 있어요. 재계 순위 집계를 보면 건설사만큼 부침이 심한 업종이 없죠. 불과 몇 년 전 수위에 오른 회사 중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수두룩하니까요. 계속 일정 순위를 유지하려면 사회 발전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열심히 뛰어야죠.”

최근 증권가에서는 한나라당 경선 결과를 놓고 ‘이명박 효과’로 건설주가 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현재 부동산정책에 포함된 다소 불합리한 부분이 앞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