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

2011.02.28 01:28

관리자 조회 수:1652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사장

"한국타이어의 질주는 하이브리드 경영의 성과"

68358_clip_image001.jpg

 

조현식(趙顯植)
1970
서울 출생
1985
서울 홍익중학교 졸업
1989
미국 스쿨(The Hill School POTTSTOWN, P.A.) 졸업
1995
미국 시라큐스대학교(Syracuse Univ.) 경제학과 졸업
1995
미국 미쓰비시상사 입사
1997
한국타이어 입사
2000
경영혁신팀 차장
2001
상무보
2002
상무
2003
해외영업 담당 부문장
2004
부사장 취임(해외영업본부장)
2006
부사장(마케팅본부장)


미국서 공부하고 미쓰비시상사에서 근무한미국통
나를 무시한 마케팅담당자 고맙다해외시장 의지 불태워
언론과 인터뷰어색한 분위기서 업무 이야기 나오자 눈빛 달라져

지 난 7월 10일 오전 10시50분, 한국타이어 조현식(37) 부사장 겸 마케팅본부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본사 건물 14층 그의 집무실을 찾았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부사장은 지난 6월로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지 만 10년이 됐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중학교 졸업 직후 도미, 고교(팟츠타운 더 힐 스쿨)와 대학(시라큐스대)을 졸업하고 약 2년간 종합상사인 미국 미쓰비시 상사에서 근무한 ‘미국통(通)’이다. 1997년 6월 대리 직함으로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후 차장, 상무보, 상무 등을 두루 거치며 매년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4년에는 부사장에 취임, 1년 차이로 역시 부사장에 오른 동생 조현범(35) 전략기획본부장과 함께 기업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조현식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마케팅본부는 여느 회사의 마케팅 부서와는 그 성격이 다소 다르다. “마케팅 부서 하면 흔히 광고나 홍보 업무를 떠올리지만 저희는 거기에 해외 OE(Original Equipment·신차에 장착되는 타이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 제품 관련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일, 시장조사, 품질경영관리까지 총괄하고 있어요. 마케팅본부 내 각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만 5명에 달합니다. 통합생산계획 수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역본부별로 생산할 제품의 종류와 물량을 정해 배분하는 일이죠.” 맡고 있는 업무가 방대하다 보니 조직 규모도 웬만한 중소기업 뺨친다. 현재 마케팅본부 소속 임직원은 120여명. 한국타이어에서 연구소 다음으로 큰 조직이다.

‘스 마트(smart) 마케팅’. 작년 1월, 마케팅본부의 사령탑을 맡은 조 부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타이어 고유의 마케팅 철학’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스마트 마케팅’은 그 고민의 결과다. “저희가 마케팅 비용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미쉐린 같은 세계 메이저 업체의 15~20%에 불과합니다. 쓸 수 있는 무기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어떤 마케팅 도구가 제일 효과적인지 파악한 후 그에 따라 최적의 자원배분을 하는 게 중요해요. 마케팅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지역도 몇몇 곳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희 회사는 이른바 ‘홈마켓(Home Market)’과 ‘홈마켓 아닌 곳’을 구분하고 있어요. 현지 공장이 가동되고 모터 스포츠와 광고, 해외 OE 판매 등이 활발한 곳을 ‘홈마켓’이라고 할 때 현재 저희의 홈마켓은 2.5개입니다. 이미 안정적 시장을 확보한 우리나라와 중국이 각 1개씩, 지난 6월부터 현지 공장이 본격 가동 중인 헝가리가 0.5개라고 할 수 있죠. 사실 현재 저희의 여건상 라틴아메리카나 중동, 미국 등에서는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여력이 안 됩니다. 그러나 홈마켓에서의 마케팅 예산은 점차 늘려가고 있는 추세예요.” 결국 한국타이어의 스마트 마케팅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한정된 자원을 특정 마케팅 도구와 특정 시장에 집중적으로 배분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논리다.

조 부사장은 스마트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마케팅본부에 오자마자 시장조사를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신설했다. 5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업무는 딜러나 소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시장에서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마케팅 도구가 거래처와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인식되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 조 부사장은 이들이 파악한 시장현황을 수시로 챙기고 보고 받는 등 직접 관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1987년 조양래 당시 사장이 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선 이래 20년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지금도 한국타이어의 공식적인 대표이사는 부사장 출신의 서승화 사장과 중앙연구소장을 지낸 김휘중 사장 등 2명의 CEO다. 그러나 조현식 부사장과 조현범 부사장 등 2세 경영인이 최근 급부상하며 재계 안팎에서는 ‘한국타이어의 전문경영인 체제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솔솔 새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조현식 부사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기 업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전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하는 체제는 분명 아니죠. 우리나라에 과연 그런 기업이 있을까요? 한국타이어는 굳이 말하자면 오너경영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하이브리드(hybrid·두 가지 역할이나 기능이 하나로 합쳐짐)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에 진출하자’ ‘헝가리에 공장을 짓자’와 같은 큰 그림은 회장님이 결정하고 저와 조현범 부사장이 보좌합니다. 그러나 결정과정은 민주적이에요. 서승화·김휘중 두 사장님과 조현범 부사장, 저, 그리고 회장님 이렇게 5명이 참석하는 경영회의를 통해 각 사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여 결론을 내리죠. 그밖에 소소한 부분은 각 담당 임원에게 철저하게 일임합니다. 전체적인 방향만 옳다면 나머지는 전혀 간섭하지 않아요.”

그는 한국타이어식(式) 의사결정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헝가리 진출이라고 했다. “회사 중장기 발전계획 시나리오에 따라 공장신설이 논의됐어요. 중부 유럽과 중국, 미국 등 몇몇 지역이 후보로 떠올랐는데 중국은 외자기업에 대한 견제가 점차 심해지는 점, 완제품을 유럽으로 옮기는 데 따르는 물류비와 배달시간 부담이 문제로 떠올랐죠. 미국 소비자는 타이어를 선택할 때 브랜드에 상관없이 무조건 ‘싸고 질긴 것’만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 시장성 면에서 비전이 없었어요. 반면 유럽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집착이 있으면서 가격 대비 품질을 따지는 편이어서 희망이 있다고 봤어요. 후보가 될 만한 국가를 고를 때도 인건비 경쟁력, 생산성, 현지 국민의 교육수준 등을 고루 감안해 면밀히 검토한 끝에 헝가리가 선정됐죠. 이 모든 과정이 철저한 현장조사와 격렬한 내부토론을 거쳐 이루어졌어요. 처음 실무팀에서 아이디어가 제출된 시점에서부터 공장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오너가 자기 마음대로 일을 밀어붙였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될 필요가 없었겠죠.”
 
73700_clip_image001.jpg

▲ 2006년 마케팅본부 단합 체육대회에서 직원들과 함께 릴레이경기에 참가한 조현식 부사장(맨앞) / photo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로 오기 전 조 부사장은 3년간 해외영업본부를 진두 지휘했다. 초창기 해외 자동차업체에 한국타이어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뛰어다닐 때,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독일 자동차업체 마케팅 부서를 찾아가 우리 타이어를 사용해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쪽 담당자가 그러더군요. ‘너희 브랜드는 인지도가 너무 떨어지니 차라리 우리가 선정해 주는 브랜드를 달아라. 그러면 한번 생각해 보겠다.’ 그날 직원들과 술 엄청나게 마시고 뻗었죠.(웃음)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파워를 반드시 끌어올리겠다, 다시는 이런 수모를 겪지 않겠다고요. 지금 그 회사요? 우리 타이어 사용합니다. 오히려 제품 공급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는 처지가 됐지요. 요즘 저희는 그 업체에 역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고급 차종과 계약을 체결해 주면 제품 추가 공급을 생각해 보겠다고요.” 조 부사장은 “그때 날 무시했던 마케팅 담당자에게 지금은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전에도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그 사건이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해외시장, 그 중에서도 유럽지역을 집중 공략한 조 부사장의 선택은 투자 몇 년 만에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 유럽 타이어 시장 점유율 1위는 미쉐린. 조 부사장이 처음 유럽의 문을 두드렸을 때 한국타이어의 제품별 가격은 미쉐린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였다. 지금은 당시에 비해 20~30% 가량 판매가격이 높아졌다. “미쉐린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인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컨티넨탈이나 피렐리, 던롭 등 2~4위 업체와 비교하면 저희는 이미 그들의 턱 밑까지 쫓아왔어요. 그만큼 품질과 브랜드에 자신감이 붙은 거죠.” 현재 한국타이어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5%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 조 부사장이 오기 전 2.5%였던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운 성장이다. 이미 폭스바겐, GM, 포드, 아우디 등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인기 차종에 타이어를 납품하는 성과를 올린 그는 요즘도 고급 차종 OE 시장을 공략하고 유럽 타이어 시장에서 메이저 업체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에게도 한 차례 큰 위기가 있었다. 2002년 상무로 승진, 사내 혁신 개혁(PI) 추진본부장을 맡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할 때의 일이다. 그는 관련 이론과 컨설턴트의 조언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이전까지 월 단위로 돼 있던 생산계획을 주 단위로 바꿀 것을 회사에 건의했다. “제가 워낙 강경하게 주장해서 일단 추진하긴 했는데 갑작스럽게 시스템이 바뀌는 바람에 회사 업무가 마비됐어요. 물류 쪽이 완전히 막혀 출하량이 평소의 70%까지 곤두박질쳤죠. 2개월 이상 그런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그때 욕 많이 먹었죠. 심하게 말하는 사람은 ‘조현식이 한국타이어 말아먹는다’고까지 했어요. 그렇지만 눈 질끈 감고 정면 돌파했습니다. 교체 과정에서 진통은 있겠지만 결국 주간 생산 시스템이 옳다고 확신했거든요.” 결국 3개월째부터 엉켜 있던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기 시작했다. 주간 생산계획 수립이 가능해지자 당장 불필요한 재고가 줄고 해외업체의 들쑥날쑥한 주문량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경쟁사에서도 우리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게 한국타이어 측 설명.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었지만 조 부사장은 아직도 당시 일을 반성한다. “회사 매출을 3개월씩 부러뜨린 것은 엄연한 잘못이죠.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73830_clip_image001.jpg

조 부사장의 집무실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담당 업무와 관련, 그에게 보고할 사항이 있는 마케팅본부 직원은 언제나 그를 독대할 수 있다. 단 그를 설득하려면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도출된 합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의견은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게 설사 제 생각에 반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따르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실무에 대한 판단은 저보다 그들이 한 수 위일 테니까요.”

잘 알려져 있듯 조양래 회장은 효성그룹 조홍제 창업주의 아들이고 조석래 효성 회장의 동생이다. 효성가(家)는 재계에서도 엄격한 가정교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찍이 부모와 떨어져 미국 생활을 했던 조 부사장 역시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자립’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 제가 공부를 별로 안 했어요. 부모님은 한 번도 제게 ‘공부 열심히 해서 하버드 가라’는 식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요. 대신 좋은 학교를 나오든 나쁜 학교를 나오든 저 스스로 결과를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죠.”

대학 시절, 그는 단조롭고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없는 기숙사 생활이 싫어 부모님 몰래 아파트를 얻어 나온 적이 있었다. 학교와 거리가 멀어져 용돈을 모아 낡은 중고차를 몰고 다녔지만 잦은 고장으로 폐차 직전까지 갔다. “차 한 대 사 달라고 아버지께 부탁 드렸는데 보기 좋게 거절 당했어요. 제 마음대로 기숙사를 뛰쳐나갔으니 그에 따른 불편도 제 몫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가 아버지로부터 소형차 한 대를 건네 받은 것은 그 일이 있은 지 3년이 지나서였다.

두 살 아래 동생인 조현범 부사장과는 헝가리 공장 건설을 골자로 한 유럽지역 타깃 마케팅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오랜 파트너이자 동료다. “제가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전략을 세우는 데 강하다면 조현범 부사장은 숫자에 밝고 관리를 꼼꼼하게 하는 스타일입니다. 서로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만나 의견을 교류하죠. 물론 일하다 보면 생각이 달라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개 일주일 안에는 의견 합의를 봅니다.”

요즘 조 부사장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일본 경쟁업체를 전략적으로 뛰어넘는 것이다. 요코하마, 스미토모 등 일본업체의 생산성이 우리 업체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 그의 생각. 그 때문에 지난주에도 내내 일본에 머물며 업체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도요타자동차 연수에도 참가했다. 업무 성격상 해외출장이 잦은 그는 1년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 체류한다. 대부분의 출장은 관광 일정조차 잡을 수 없을 만큼 빡빡한 강행군의 연속이다. 그래서 출장 일정이 없을 때는 가급적 정시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다섯 살, 두 살 난 두 아들과 놀아주고 함께 수영장에 가는 게 요즘 그의 가장 큰 즐거움. 그는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출장길에도 꼭 한 번은 장난감 가게에 들러 아들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고 말했다.

표정에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조현식 부사장이 그랬다. 그는 점심식사 시간을 포함해 2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 내내 좀처럼 웃지 않았다. ‘한국 언론과 처음 갖는 정식 인터뷰’라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어떤 질문에는 말을 많이 했지만 어떤 질문에는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침묵을 지켜 상대를 당황하게 했다. 인터뷰 진행 도중 잠깐 공백이 생기면 “더 물어볼 것 없느냐”며 채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무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자 그의 눈빛은 돌연 생기를 띠었다. 10년간 온몸으로 부딪치며 익힌 업무상의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설명해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인터뷰 도중 거듭 “나는 연예인이 아니어서 홍보 안 해도 되니 우리 회사 이야기를 많이 써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데 웃음기 없는 그의 얼굴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가 보이게 웃으세요.” 사진기자의 주문에 가까스로 웃어 보인 그는 디지털 카메라 모니터에 포착된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둘째 아들 녀석이 웃을 때 표정이 꼭 이래요. 와이프가 둘이 웃으면 완전히 붕어빵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순간, 그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그가 지은 가장 자연스럽고 따뜻한 표정이었다.



한국 타이어는 …
타이어 외길 66년 ‘세계 톱5’ 예약
헝가리 공장 연간 1000만개 규모로 증설 유럽 공략

68670_clip_image001.jpg

▲ 2006년 독일에서 열린 에센 모터쇼 한국타이어 전시관. / photo 한국타이어


지난 6월 26일 1년여의 공사 끝에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이 1차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 이 공장이 생산해낼 타이어는 연간 120만개. 내년 3월로 예정된 2차 완공 때면 연간 500만개의 타이어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유럽 대륙은 한국타이어 전체 수출물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최대 판매시장이다. 헝가리 공장에서 타이어가 생산될 경우, 기존 1개월 이상 걸리던 유럽지역 타이어 배송시간이 5일 이내로 크게 단축된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공장 가동을 계기로 유럽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기로 하고 약 5억유로(약 6300억원)를 투자, 오는 2010년 연간 생산량 1000만개 규모로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한 국을 넘어 세계에서 제일 가는 타이어를 만들겠다.’ 한국타이어는 요즘 보기 드물게 다른 사업에 눈 돌리지 않고 우직하게 타이어 한 분야만 파고들어 국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창립 연도가 1941년이니 올해로 66년째 타이어 외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타이어 한 가지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대원칙을 제외하고는 어느 것 하나 과거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타이어는 세계 유수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 자사 타이어를 공급, 생산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품질 수준을 향상시켜왔다. 보다 적극적인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뉘버그린 24시 등 모터스포츠와 에센 모터쇼, 오토스포츠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전시회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려면 ‘한국타이어’라는 브랜드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 아래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결과다. 중국에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시행하고 상하이에 전용대리점 ‘티스테이션’ 1호점을 연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3월, 한국타이어 금산 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 불길은 몇 시간 만에 겨우 잡혔지만 타이어 제조에 가장 중요한 고무 공급 기계가 다 타버려 공정 하나가 통째로 없어졌다. 경쟁사에서는 “향후 6개월은 공장 가동을 못하니 주문을 우리에게 넘기라”며 자동차업체를 부추겼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직원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국내 협력업체, 중국 공장, 심지어 군소 고무 제작업체에까지 도움을 요청해 필요 물량을 확보하고 신속한 품질검사를 거쳐 재가동에 들어갔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불과 며칠 만에 공장은 풀가동됐고 주문량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위기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조직원의 응집력’. 한국타이어의 기업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세계 타이어 시장에서 한국타이어는 7위에 올라 있다. 일단 단기 목표는 순위를 5위까지 올리는 것이다. 현재 5위 업체인 피렐리사의 매출액은 5조5000억원. 3조3000억원 매출의 한국타이어로서는 넘기 쉽지 않은 벽이다. 그러나 조현식 부사장은 자신만만하다. “타이어 제조업이라는 게 기술로만 따지면 첨단업종이지만 첨단상품이라고 할 순 없어요. 휴대폰처럼 기능 몇 가지 덧붙인다고 갑자기 판매량이 늘거나 하는 게 아니라 꾸준한 연구개발이 축적돼야 소비자에게 인정 받을 수 있죠. 가마솥 같다고 할까? 우리에겐 60년이 넘는 노하우와 업계 최고 브랜드로서의 자부심, 충성도 높은 종업원 풀(pool)이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한국타이어가 마이너리그 최고 팀이었다면 앞으로는 메이저리그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뛸 겁니다.”